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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옆지기의 산행 신청

by 뚜시꿍야 2014. 9. 22.

 

 

지난 주 옆지기가 몸 담고있는 산악회에서 고대산행을 했던 모양이다

사진을 보니 날씨가 좋아 철원평야는 물론 북녘땅 언저리까지 보인다

가을걷이가 덜 된 철원평야의 황금빛 들녁도 멋져 보인다

고대산을 세 번 가봤지만 내겐 그런 그림을 보여주지 않았다 ㅠㅠ

 

사실 나보다 산행경력이 더 오래된 옆지기...

하지만 2년 전 겨울산행 중 꼬리뼈를 다친 후로는 겁이 생겨 쉽사리 산행을 못하고 둘레길만 다녔다

이제는 제법 완치가 되었는지 당당하게 말한다

"내일 어디로 가?

"방태산"

"거기 높잖아?"

"1,000미터가 넘지, 왜?"

"아니, 가까운 곳이면 따라갈려고..."

'헉, 이사람이...?'

 

사실 함께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미답지이고 산행시간이 길 듯해 쉽게 가잔 말을 못 꺼냈다

헌데 일요일 아침,

 "괜찮으면 수락산이나 가자 가벼운 코스로 길도 좀 알려주고"

헌데 입밖으로는 "나 지금 힘든데" 하고 말았다

입을 삐죽 내밀고 방문을 닫는 옆지기를 보고는 아차 싶어 "1시간 후에 가자" 했다

몇 년만의 함산인데, 더구나 일요일 데이트 신청인데...

 

기본 물품과 함께 막걸리 안주만 챙겨 짐을 꾸리고 오른다

귀임봉까지는 왕복 2시간이면 살방살방 걸을만한 코스다

오르면서 연신 들날머리를 알려주며 오늘은 이쪽으로 올라 이쪽으로 내려올 거야

 

가벼운 코스지만서도 아직은 예전의 체력을 회복하지 못해서인지 무척 힘들어 한다

그래도 오랜만의 일요일 데이트라 세심하게 신경 써주면서 산행을 마쳤다

"뒤풀이 해야지?"

"그럴까?"

얼마 전 옆지기가 알려줘 득템한 울동네 최고의 맛집으로 가자했다

해물탕집에서 대구탕 1인분이 5,000원, 게다가 밑반찬은 맛도 가짓수도 짱인 집이다

 

대구탕과 알탕을 시켰는데 밥에 숟가락을 대기도 전에 건더기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

능청스럽게 사장님과 안면을 터야해서

"그제 혼자 와서 대구탕 먹었는데 맛있어서 오늘은 같이 왔습니다

혼자 오더라도 외면치 말아주세요" 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1인분은 안 받는데 그날은 한가해 먹고 가라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1인분 5,000원 받고 이 정도의 상차림이라면 먹는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전날에 이어 가벼운 산행으로 몸도 오히려 많이 풀렸고

무엇보다 매주 일요산행으로 없잖아 미안한 마음이 컸던 옆지기와의 함산으로 조금은 뿌듯한 마음이었다

업된 기분에 농담으로 "나랑 비박 함 할까?" 했더니 춥지만 않다면 괜찮다고 바로 대답한다

허거걱... 끄응~~

비박 배낭의 무게가 느껴지는 순간 내가 다 져야하는데 큰일이다 싶다 ㅠㅠ 

 


▼ 11,000원 짜리 식탁

 

 



민해경 / 그대 모습은 장미






 DdooSiKkoong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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