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작품을 하면서도 일본 컨텐츠는 애니메이션 외엔 영화나 드라마를 잘 안 봤다
같은 아시아권이면서도 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는 나름의 이미지가 앞서서다
더불어 원작은 일본인데도 우리나라 드라마에선 전혀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지 싶기도 하다
그러던 중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 눈에 띈다
'애처가 미야모토'
나도 한때는 애처가이기를 원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소망을 지닌 적이 있기에...
연애 중 임신했다는 미요코의 고백에 사랑보다는 책임감을 느낀 미야모토
소설가로서의 꿈을 포기하고 아내 대신 평교사가 되겠다 다짐하며 결혼하는 미야모토
결혼의 단초가 아이였는데 그 아이가 어느덧 성년이 되어 분가하게 된다
이에 부부는 묘한 상실감과 함께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를 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요리를 배우며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찾지만 그런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는 미요코는 왠지 모를 자괴감에 불안해한다
불행해서가 아니라 불안한 마음을 지탱해줄 무언가를 찾던 중 이혼서류를 준비하지만
우연히 이혼서류를 보게 된 미야모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중장년 혹은 황혼기에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결혼의 시작이야 어떻든 나이 60을 바라보는 즈음에 사회인의 명찰을 떼고
자식들은 출가하고 몇십 년 동안 반복되어 온 일상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환경...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남편...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
결국 정신없이 삶의 틀에 익숙했던 부부 사이엔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꺼리'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 곳을 바라보며 살아오던 부부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부부는 남남이 되어간다
영화에서처럼 남편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요리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지만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는 '불행해서가 아니라 불안해서' 이혼서류를 준비하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부부만을 위한 삶이 아니었기에 서로에게 진솔한 대화도 없어던 터라 이런 상황에 놓이자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전혀 익숙하지 않던 부부는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
많은 부부가 이런 이유로 이혼하거나 남보다 못한 부부생활을 이어간다는 뉴스를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정확한 해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의 한 대사에서 나름 해결책을 본다
아버지는 아내를 찾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아들에게 묻는다
아들, 어떡하면 좋겠니?
아들의 여친이 대신 답한다
아무 할 말도 생각나지 않으면 그냥 안아주면 돼요
그러면 여자는 기본적으로 뭐든 들어주니까요
그게 부끄럽다면 손만 잡아줘도 충분해요
레알...!?
통할까...??
아들, 내가 정말 좋은 남편이었다 생각하니?
... 그건 엄마에게 물어보셔야 할 거 같은데요
아들, 그럼 내가 좋은 아빠였니?
... 그건 생각 좀 해봐야겠는데요
포스팅을 하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다음 산행을 준비하는 내 모습에...
Dan Hill / It's a long Road
'건넌방 > 살며 사랑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눔들 10대 냄시가 나는디? (0) | 2017.12.15 |
---|---|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 (0) | 2017.12.12 |
칼을 다루는 사람 (0) | 2017.11.24 |
통영 훌훌게스트하우스 (0) | 2017.06.21 |
남원 광한루 야경 (0) | 2017.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