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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Behind Story

'달래내길'의 내력

by 뚜시꿍야 2008. 10. 7.

   

 

 

 

한남대교 남단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올라타면 분당 어름 조금 못미쳐, 과속 단속 카메라가 달려있는 고개를 '달래내길' 이라 한다 

 

- 소나기가 내리는 고갯길을 넘어가는 오누이가 있었다. 남동생은 비에 흠뻑 젖은 누이를 보고 욕정을 느낀다.

그러나 욕정대로 할 수는 없는 일. 동생은 정욕을 느꼈다는 자책감 때문에 멀찍이 떨어져 자신의 남근을 돌로 찍다가

죽는다. 뒤늦게 죽은 동생을 발견한 누이는 ‘달래나 보지’를 연발하며 탄식했다.   달래산은 지금도 거기 있다.

참으로 비극적인 달래산 혹은 달래고개 전설이다. 황순원의 낭만적 〈소나기〉와는 전혀 다른 소나기가 이 전설에는

쏟아지고 있다. 이런 달래고개, 또는 달래강이 우리나라 도처에 있는 것을 보면 이 이야기가 대단히 많은 이들의 관심과

공감 속에서 구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체 무엇이 한 젊은 사내를 자살로 내몰았는가? 누이에 대한 욕정은 죄악이라는 근친상간 금지가 그 주범이다.

그리스신화의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리라는 신탁 때문에 버림을 받았다가, 버려졌기 때문에

어머니와 결혼하는 비극에 빠져 결국은 파멸에 이른다. 동서를 막론하고 근친상간 금지는 신화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다. 근친상간 금지야말로 원초적 자연과 인간의 문화를 구별짓는 긴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 신화가

오랫동안 인문학자들의 화두가 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근친상간이 파멸에 이르는 비극이 아니라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키는 창조적 행위라고 주장하는 신화가 있다.

신화학자들을 난감하게 만드는 그 신화는 바로 남매혼 신화다. 아니, 근친상간을 부추기는 신화라니? 뭘 어쩌자고?

옛날 홍수가 일어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죽고 남매만 살아남았다. 물이 다 빠진 후에 세상에 나와 보았으나 어디에도

인적이 없었다. 그대로 있다가는 사람의 씨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남매가 결혼할 수도 없었다. 둘은

생각다 못해 각각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가 맷돌을 굴려 하늘의 뜻을 묻기로 하였다. 둘은 맷돌을 굴리며 하늘에 기도

를 했다. 암맷돌과 수맷돌은 산 아래쪽에서 한데 포개졌다. 오누이는 하늘의 뜻으로 여기고 결혼했다. 지금 인류의

조상은 이들 오누이다.

 

1923년에 민속학자 손진태 선생이 함경도 함흥에서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대홍수가 일어나 다 죽고 오누이만

살아남았다고 하는 홍수신화는 함경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민족 사이에 널리 퍼

져 있는 이야기다. 맷돌이 아니라 연기를 피워 올리거나 화살을 쏘거나 동물들에게 묻는 경우도 있고, 한 번만이 아니

라 여러 번 시험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일하게 생존한 오누이가 하늘의 뜻에 따라 결혼하여 새로운 민족이나

인류의 기원이 된다는 이야기의 구조는 어디서나 같다. 그만큼 보편성이 강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조현설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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