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생활이 빠듯하다해도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만은 예외인듯 하다
거리마다에 인도까지 점령한 크리스마스 선물상자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지나가는 시선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트리의 반짝거림과 케롤의 울려퍼짐,
이런 모습들이 조용히 지나려고하는 내 마음까지도 들뜨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오전 내내 한 쪽 팔을 깁스한 아이의 얼굴도 뭔가를 기대하는 눈치가 가득하다
큰 사고를 친 덕에 조금은 풀이 죽었지만 케익만큼은 양보치 않겠다는 결의에 찬 눈빛을 보냈다
어느 제과점의 무슨 케익이 중요한게 아니라 항상 이맘때면 끼어주는 사은품이 무어냐에 관심이 간다
△△사의 망토와 □ □사의 모자가 최종 택일에서 망토가 선택되어졌다
그리고나서 그 망토를 얻기위해 17,000원 이상의 케익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허접한 사은품 대신 외식을 하자고 가볍게 제안을 했다
물론 가벼운 저녁식사를 생각하며,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제안했던 것이다
그런데 집사람과 아이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받아들여 일이 더 커졌다 쩝~
어찌어찌 난상토론 끝에 한 곳을 정한 뒤 받을 수 있는 포인트와 쿠폰 등을 모두 모아 갔다
1년 중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날을 꼽으라 한다면 그 하루는 당연히 크리스마스 이브가 될 것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앞에서 집사람과 아이를 먼저 들여 보내고 주차 후 들어갔다
그 곳에선 기념일을 신청해 두면 그 날 한 사람은 무료로 해주는 혜택이 있는 곳이였다
자리에 앉아 계산서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어른1, 어린이1 였다
약간의 메뉴 변동으로 내가 좋아하던 연어가 안보이는게 못내 아쉬웠지만 나름 즐기기로 했다
드뎌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데...
어린이 1명 값만 콜을 한다 ????
순간 앞뒤 정황을 계산해보니 나중에 들어온 나를 제외하고 두 사람만을 카운트 한 뒤
계산서는 성인 1, 어린이 1 로 계산하여 테이블에 갖다 놓은 모양이다
그리고 계산서에서 성인 한 명분을 무료로 계산하니 자연스럽게 어린이 1명만...
짧은 순간 수천, 수만번의 갈등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손은 이미 영수증에 사인을 마친 상태였다
먼저 나가 기다리고 있던 집사람과 아이를 모르는 체 지나쳐가버렸다
혹여나 뒤에서 "잠깐만요!" 하고 부를 것만 같았다
'빨리 빨리 가자...' 속으로 외치며 가는 발걸음이 왜그리 더딘지...
건물을 빠져나와 집으로 오는 길에 집사람에게만 살짝 귀뜸했다
집사람은 웃으며 "그래서 그랬구나... 잘했어 잘했어!" 한다
나 역시 "조만간 다시 가서 팔아주면 되지 뭐.."하며 맞장구 쳤다
아이가 옆에서 무슨 얘기냐며 꼬치꼬치 캐묻지만 어른들 얘기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짧은 순간 사람의 양심이라는게 그런 식으로 팔릴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면서 미소가 지어지는 하루였다
혼자서 중얼거려본다
'괜찮아~... 남는 음식은 버릴텐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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