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넌방/살며 사랑하며

"어머니 모시고 와"

by 뚜시꿍야 2010. 7. 2.

 

 

집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혹시라도 나 없을 경우 정은이 컴퓨터 못하게 해요  그리고 정은이 네이버의 아이디와 비번 좀 알아봐 주세요"

"무슨 일인데"

"집에서 얘기할게요"

 

분명코 큰 일 이 생긴 것 같다

집에 온 아일 붙잡고 물었다

"학교에서 오늘 무슨 일 있었니?"

"왜?"

"엄마한테서 전화 받았는데..."

"... 오늘 선생님께 벌서고 혼났어 어머니 모시고 오래..."

여지껏 선생님한테 벌이나 혼 한 번 나지 않던 아이가 나름 크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반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카페를 만들자 했고 그 카페의 매니저를 딸 아이에게 맡겼던 것이다

회원 수는 절반이 넘는 15명 남짓했다고 한다  모두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이란 것이다

그런데 회원가입을 원하던 아일 회원들의 합의하에 제명시켰다고 한다 

평소부터 사이가 안좋았던 사이였고 밟아버릴테니 길 조심하란 협박까지 받던 한 친구가

쪽지를 전하면서 모든 회원들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 사건의 시작인 듯 하다

그런데 이 아이가 어떻게 해서인지 카페의 내용을 보았던 모양이다

그 중 회원들이 투표를 하는 게시글이 있었는데 내용은 제일 싫어하는 아이에 대한 투표였다

부매니저가 올린 모양인데 그 투표에는 4명의 아이들이 거명되었다

이를 알게 된 아이가 부모에게 말하고 다시 선생님께 항의 전화가 온 모양이다

 

카페를 살펴 보신 담임선생님은 관련된 아이들 즉 카페의 운영자 모두를 불러

벌을 세우고 반성문까지 쓰게 하였다

그리고 부모님들까지 호출하셨다

아이의 아이디를 통해 카페의 글들을 살펴보았다

요즘 아이들의 컴퓨터 은어가 곳곳에 보이지만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즐비하다

문제가 된 투표의 내용도 살펴보았다

매니저인 딸 아인 '이번 성취도 평가의 목표점수는?",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은?'과 같은

두 개의 비교적 건전한 내용의 투표건을 올려 놓았다 

부매니저가 올린 '가장 싫어하는 아이'는 다른 회원들이 좋아하는 듯 하여 삭제하지 않았고

딸 아이도 댓글에 가장 싫어하는 아이에 대한 댓글까지 올려놓았던 것이다

 

 

 

일종의 사이버 왕따를 시킨 사건이다

평소에도 왕따에 대한 개념과 그 폐해를 아이에게 인식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일단 아일 붙잡고 왕따에 대한 개념과 사이버상의 게재글에 대한 책임감 특히나 매니저가 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그만한 나이 때의 아이들이라면 싫은 사람과 좋은 사람에 대한 태도가 분명하고 행동할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세상이 하수상하여 이로 인한 충격파가 적지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모든 상황에 대해 수긍하고 그에 따른 벌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자칫 크게 벌어질 수도 있고 커가면서 본인도 모르게 큰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는 일이

이 정도에서 끝난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책임에 따른 벌만큼은 커야 한다는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었다

두 달간의 핸드폰 사용정지와 컴퓨터 사용금지, 네이버 탈퇴란 나름 엄한 벌을 아이도 받아들였다

 

그런데 다음 날  이상하게도 전화벨이 2, 3번 울리더니 끊긴다

발신은 딸 아이의 친구들이였다

아이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 부부가 전활 받으면 무섭다고 했단다 

문제가 된 글을 올린 부모를 포함한 다른 아이들은 아무러 벌도 받지 않고 주의에 그치면서

오히려 학교에 다녀가시면서 햄버거를 사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핸드폰까지 정지시키는 벌을 주셨단 얘길 듣고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잘잘못의 차이는 있을테지만 똑같은 상황의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에게

형평성이 없는 벌이 부과되다보니 딸 아인 무척 억울하단 표정이다

부모인 내 입장에서도 이 상황을 설명해 주기는 무척 어려웠다

하지만 일단 주어진 벌칙에 대해선 더 이상 군소리 없이 따라주는 아이가

조금은 안쓰러워 보이면서 대견해 보인다

 

 

     DdooSiKkoong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