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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일상에서의 탈출

by 뚜시꿍야 2010. 9. 9.

 

살아가면서 일상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면서 내가 만약 없어진다면 주변에 어떤 일이 생길지도 상상해 보기 시작한다

회사에선? 집에선? 친구들은?.....

일탈에서 벗어나 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가 한 번 쯤은 생각해 보기 마련이지만

생각대로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극히 적을 것이다

 

군생활 중 겪었던 일이다

나는 당시 휴전선 최전방에서 근무를 한 탓에 주변의 위험은 항시 존재했다

물론 치마만 걸치면 할머니에게도 눈이 돌아가는 그런 환경이었다

 

겨울비가 내리던 2월 경 ATT가 있었다  ATT(Army Training Test):대대 전투력측정훈련

상급부대의 측정관이나 감시관, 통제관들과 같이 훈련을 수행하다 보니 상당히 빡쎄고

군기와 FM을 요하는 아주 힘든 훈련이다

작전상 우리 중대에게 맡겨진 고지에 진지를 구축하느라 겨울비에도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고생했다

진지구축을 마치고 점심식사가 배급되어 식사를 하려는데 한 분대원이 보이질 않는다

그는 평소에도 동작이 굼뜨고 이해력이 모자라 우린 그를 고문관으로 여기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자 혹시 탈영이라도 했나 싶었지만 훈련 중 그것도 산악지대에서 탈영하기란

그리 만만한 여건은 아니란 생각에 간부들이 알기 전에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러기를 1시간 가량 지나자 그 고문관이 나타났다

분대장이 그를 다그치며 자초지종을 묻자 그의 대답이 너무나도 황당 그 자체였다

"내가 사라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숨어서 지켜보았습니다"

한다
.....

 

행동의 제약이 많은 군부대에서도 이런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게 되는가 보다

그 순간을 이기지 못하고 행동하게되면 여러번 보았던 탈영이 되고 그 후폭풍을 겪어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탈영 당시 관계되는 간부나 병사들은 문책이 두려워 탈영병이 사살되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하니 말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일탈을 꿈꿀 수는 있겠으나 후유증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걱정과 염려를 안겨준다

그래서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기가 더 어려운가보다 

이것 저것 앞뒤 다 재다보니 결국엔 제자리다


오늘도 내 삶의 울타리 안에서 잠시나마 일탈의 상상을 해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그렇게 주저앉는다

 

 

 

     DdooSiKkoong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