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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살며 사랑하며

번역작가 되기 ⑤

by 뚜시꿍야 2012. 9. 11.

 

 

제가 말씀드리는 모든 필드 경험은 번역자의 입장 보다는 제 경험에 바탕을 둔 제작자나 연출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기에

번역자가 필드에서 맞딱뜨리는 실전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주는 제작자나 연출자의 속성을 충분히 파악한다면 오히려 홀로서기에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엔 가격협상과 결재에 대해 언급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바닥은 체계가 확실치 않아 실질적인 작업 이외에 수금(결재)문제가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일 겁니다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 혹은 IPTV 등과 같이 공신력이 있는 제작자는 일단 연을 맺어둔다면 영업이나 수금 등과 같은 부수적인 문제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반면 프로덕션이나 일반 번역회사에서 수주를 받을 경우엔 결재 문제를 빼놓을 수가 없게 됩니다

 

우선 현실적인 가격을 본다면

 

극장판 (DVD) > 공중파 > CATV, DVD(미개봉영화) > IPTV 의 순으로 가격이 다르고 자막용이냐 더빙용이냐에 따라 또 달라집니다

이외에 In-Flight, 광고물(CF와는 다름), 홍보물 등의 매체도 있으나 이는 특별한 경우라 예외로 합니다

(사실 이쪽 작품들의 단가가 제일 좋고 결재도 명확합니다만 워낙 물량도 적을 뿐더라 로비가 심한 곳이라)

여기에 번역작가의 능력이나 경력에 따라서도 달라질 테죠

 

모든 거래에서 직거래가 아닌 이상은 한 단계를 거치면서 최초의 번역료에서 약 30%가 차감된다고 생각하시면 적당할 겁니다

두 단계를 거치면 번역료는 그 이상 차감됩니다  (물론 번역회사를 통할 경우엔 이 보다 더 차감되겠죠)

 

공중파나, CATV, 혹은 IPTV의 경우는 정해진 작업료가 있어 직거래시 네고의 여지도 없을 뿐더러 네고할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이 작업이 하청회사인 제작사나 번역회사로 넘어올 경우엔 상황이 달라지겠죠

 

 

 

1. 대부분의 제작사는 먼저 번역자에게 어느 정도 받고 일하셨나를 묻습니다

--->  이때 본인이 받은 작업료에 약 30~40%를 더하여 부르면 타당한 작업료가 나옵니다

        물론 매체별로 구분지어 답하면 더 확실하고, 몇 단계를 거쳤는지를 안다면 더 부르셔도 되겠죠

        제작사가 Reasonalble한 가격을 받았다고 하거나 생각보다 많이 받고 일하셨다고 한다면

        바로 아는 분을 통해 여러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받았다고 답하면 되겠죠

 

2. 제작자가 가격을 네고하자고 할 때

---> 네고해 봐야 별 소득이 없을 경우나 터무니 없는 가격일 경우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작업여부를 결정하시고

       아니다 싶을 경우엔 바로 거절하시는 게 좋습니다 

       굳이 작업을 하고싶다는 생각이라면 제작자가 제시한 가격에 30~40%를 더하여 부르면서 작업에 대한 품질에 신뢰감을 줄 방법을

       제시하고(포트폴리오 혹은 기존 번역작품의 샘플) 만족할 경우 거래를 트자고 하시면 됩니다

       제작자는 일괄적으로 혹은 같은 작업료로 번역만을 받아오는 것이 아니라 편집, 녹음, CG 작업 등을 일괄로 (턴키 형태)로 받아오기에

       충분한 협상의 여지가 있답니다  또한 납품처가 어디냐에 따라 번역의 질을 중시하게 된다면 번역료를 마구 후려치지는 못합니다

 

3. 결재와 관련한 수금

---> 번역이 완료되면 후반작업이 이루어지고 원발주처(방송사 혹은 매체사)에 납품을 합니다

      원발주처에선 감수가 이뤄지고 합격되면 해당부서에 넘겨줍니다 (방송사는 여기까지가 최종납품이 되고)

      원발주처가 매체사 (DVD제작 혹은 기타 다른 미디어)일 경우엔 미디어의 제작공정이란 단계와 더불어 배포와 수금이란 단계를

      더 거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에 영세한 매체사일 경우 결재 텀은 길어집니다 (길게는 3~4개월 까지도)

 

이런 과정을 알아야 하고 또 이런 과정을 이해한다면 작업료를 어떤 식으로 받아야 할 지 판단이 서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에서 번역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이는 본인의 성격에 따라 그 유형이 나뉘어지는 듯 하다는 생각입니다

 

① 결재텀이 길다고 생각할 경우 번역물 납품후 바로 결재를 원하는 경우

---> 나는 결재텀이 너무 기니 작업료를 덜 받더라도 현찰박치기 하겠다는 분이 이 경우에 해당

 

② 텀이 길거나 자꾸 딜레이 될 경우 악착같이 쫒아다니면서 받아내는 경우

---> 손해 보고는 못 사니 죽어도 받아야 겠다며 차기작에 몰두하는 시간보다 수금에 더 많은 내공을 쏟아붓는 경우에 해당

 

③ 언젠가는 주겠지 하면서 제작자가 주는대로 받는 경우

---> 제작자를 신임하고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베이스를 깔고 가면서 제작자의 형편에 맞게 대처하는 경우에 해당

 

위의 세가지 유형은 처음 시작할 때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겁니다

일장일단이 있으니 어떤 스타일이 호불호라고는 저도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의 '갑'과 '을'의 관계가 되다보니 ③의 경우가 많았던 듯 싶네요

이 경우 제작자와 작업과 상관없이 자주 연락하거나 회사를 방문할 꺼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여차하면 잠수를 탈 소지 또한 있을 수 있다는 거겠죠

 

아마도 이런 문제는 영상물번역 쪽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거래에 있어서 '갑''을'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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