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많이 올라봤지만 그 유명한 내장산 단풍은 한 번도 못봤다
이번엔 기필코 가야지 다짐하고 옆지기와 약속했다
친구 3명도 함께 하기로 했지만 한 명씩 갠적인 일로 이탈하더니만 결국엔 다 빠지고 옆지기와 둘이서 가기로 했다
정읍서 조경수를 키우는 친구는 지난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 세우느라 단풍구경은 언감생심이란다
우리만 놀러다닌다는 미안한 마음과 겹쳐 다음에 보기로하고 옆지기의 체력과 일요일 출강을 생각해 내장산을 뒤로 하고
선운산과 내소사를 들러 맛있는 음식과 예쁜 펜션에서의 1박 2일을 계획한다
관광객들이 선운사를 왜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를만큼 추천하는지 이유를 알겠다
사진을 잘 못찍는 내게도 셔터만 누르면 멋진 사진이 나온다 ^L^
많은 산을 타면서 숱한 절을 봐왔지만 선운사는 첫 느낌이 새롭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탁트인 시야에 각각의 건물은 마치 병풍처럼 멀찍이 위치한다
뒤로는 또한 동서남북으로 산이 병풍처럼 아늑하게 절을 감싸안고 있어 마치 자궁속의 편안한 태아의 모습? ㅎ
펜션으로 이동하는 길에 풍천장어로 유명하다는
연기식당에서 장어를 포장했다
초벌구이한 장어를 냉장보관했다가 주문이 있을 경우
숯불에 굽는 모양이다
일단 초벌구이한 장어를 펜션에서 구워먹을 요량이었다
헌데 뭐라 표현키 어려운 비릿한 맛이 입맛을 베린다
웬만한 음식 가리지않고 다 잘먹는 입이건만 이건
이전에도 맛보지 못한 기분 나쁘게 묘한 맛이었다
여행지에서의 음식은 유명하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라지만
뭔지모를 야릇한 기분이다
여행지에서의 음식은 정말 복불복인가?
곰소항을 거쳐 숙소인 모항까지 가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문다
저녁놀을 좋아하는 옆지긴 흐린 날씨 탓을 하다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창가로 가서 사라지는 노을을 스마트폰을 찍어댄다
나는 짐을 풀고 바로 격포항으로 가서 전어와 대하 백합조개 등 먹거리를 챙겼다
횟집 젊은 사장은 이왕 대접할 거 화끈하게 해야한다면서 싼 가격에 많은 양과 호일에 굵은 소금까지 챙겨주신다
나중엔 너무 많아 준비한 음식을 다 먹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겼지만 당시에는 정말 감동 그자체였다
남으면 어차피 버려질 음식이라 미리 챙겨 옆 테이블에 건네주고 고맙다는 인삿말을 챙겼다 ㅋㅋ
정말 오랜만에 아이 없이 한 둘만의 여행...
올 여름 외가 친지들에게 치여 고생했던 영랑호의 휴가가 이번 여행으로 깔끔히 씻긴다
새벽에 잠에서 깬 나는 밀린 일을 하면서 모닝커피만 댓잔을 마셔댔다
늦잠을 잔 옆지기가 준비를 하는 동안 식당에 가서 백합죽을 포장해 왔다
첫맛은 조갯살 때문인지 비릿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먹을수록에 고소하고 맛있어 핧을 정도였다
채석강에 들러 잠시 찬 바닷 바람을 쐬고 새만금방조제를 거쳐 귀경하는 길이 행복한 1박 2일의 여행이었다